[등불 아래서] 우리 인생에는 헛된 것 없다
봄이 되면 가지들은 연해지고, 싹이 돋고, 잎을 내기 시작한다. 성급하게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도 있다. 고국에서는 흔히 보는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꽃으로 그늘을 만드는 목련이 있다. 요즘 한창 멋을 내고 있는 벚꽃과, 벚꽃이 지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꽃을 피우는 배나무가 그렇다. 하지만 더 급한 것들도 있다. 꽃은 일찍 피우고도 가을을 기다리는 배나 사과와는 달리, 겨울을 지낸 우리에게 찾아오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봄의 선물들이 있다. 연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나무를 보거나, 화려하게 향기를 품어내는 꽃들을 마주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가장 실속 있는 것은 우리가 뜻밖에 만나는 열매들이다. 새콤달콤한 감귤, 침이 고이는 매실, 입안 가득 차는 딸기, 그리고 지나치기 쉬운 무화과도 어느새 익어 우리 손길을 기다린다. 그런데 이 열매들 중에는 참열매와 헛열매가 있다고 한다. 진짜와 가짜가 있다는 뜻이다. 처음 이 사실을 들었을 때 떠오른 생각은 “개살구”였다. 맛도 없고, 먹고 나면 배탈이 나는 그 개살구 말이다. 그런데 개살구는 참열매란다. 그럼 과연 헛열매는 무엇인가. 가짜나 거짓 열매란 무엇일까. 놀랍게도 바로 딸기와 무화과였다. 더 눈이 커진 것은 사과와 배도 가짜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것은 식물학적인 분류다. 씨방이 아니라 꽃이나 꽃받침이 발달해서 열매가 되는 것을 헛열매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떤 기준에서는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눈에 익숙하고 맛있게 먹으니 당연히 참열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헛열매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는 여전히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쫓아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비록 학문적인 분류이긴 하지만, 헛열매라 불리우는 배나 사과나무는 무척 속상할 것이다. “가짜”라니! 결국, 출신과 혈통이 참열매와 헛열매를 가른다는 말이 아닌가. 아무리 맛있는 사과도, 그 출신이 꽃받침이라 헛열매가 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사과를 위해 궐기대회라도 해야 할 판이다. 비록 ‘헛열매’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은 찐열매들이 아닌가. 호박부터 바나나까지, 사과부터 매실까지 모두 하나님께서 주시고 자라게 하신 열매들이니 말이다. 주님 안에서 우리의 인생에는 헛된 것이 없다. 헛열매도 우리 입안을 향기로 가득 채우며, 자기만의 맛을 낸다. 혼자 자랐다고 잘난 척하는 그 열매야말로 사실 헛열매도 되지 못한, 진정 은혜를 받아야 할 열매다.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인생 헛열매도 우리 사실 헛열매 우리 인생